글: 한국해양탐험대 대장 황대영
바 위
괴암괴석을 뽐내며 자랑하는 이곳 동해바다 아무리 보아도 같은 형상은 하나도 없다
사자바위, 용머리, 아기바위, 엄마바위 … 앉아 있는 망부석은 누굴 기다리다 지쳤는지...
지질학자는 용암이 흘러 굳었을 뿐이라고 말하겠지 인간세상의 삼라만상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거센 파도와 매서운 비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사연 어린 모습으로 묵묵히 서 있는
바위를 보노라면 생명과 함께 영혼까지 느껴진다
천하를 삼킬 듯한 산더미 같은 파도도 바위 앞에선 한낱 물거품일 뿐 욕망도, 부귀도, 명예도
물거품으로 승화시킨다
번민과 고뇌도 하얀 물보라로 잔잔하게 헤아려주는 마법사 시커멓고, 울퉁불퉁하고, 우직하니
제멋대로 개성껏 생긴 바위 조각해 놓은 비석모양 아름다운 자태는 아닐지언정
바위 너, 나는 그 순수한 너를 사랑한다
나의 역사, 우리 인간들의 체험역사를 천년세월 간직하고 있기에 또한 나의 울부짖음을,
나의 독백을 언제나 들어주기에 인내의 표상인 바위!나는 너에게서 자연과 삶의 철학을 배운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사랑과 진리를 찾아 이곳에 왔다.
그리고 하나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남이 그것 을 거저 줄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