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에서도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자리한 다합은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모세가 십계를 받은 시나이 산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모세의 정기를 받으려는 이들도 다합에서 시나이산으로의 여행을 준비한다. 또 다합 주변에는 주머니가 넉넉한 이들을 위한 놀이터인 힐튼과 하얏트, 포시즌스, 메리어트 등 리조트 호텔들도 즐비해 사시사철 다양한 목적을 가진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나의 목적은 스쿠버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요르단 페트라에서 아카바라는 도시를 거쳐 이집트 다합에 도착했다. 황량한 사막의 모래 바람이 먼저 나를 맞이했다. 코로 눈으로 모래가 들어와도 그다지 괴롭지 않았다. 요르단의 사막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오니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가에 나른한 그림처럼 이어져 있는 카페에는 여행자 한두 명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고, 길거리에는 오리발에 산소통을 멘 다이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스쿠버다이빙에 도전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자격증 PADI. PADI의 여러 자격증 중 수심 18m까지 내려가는 오픈워터 코스를 따기 위해서는 나흘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수심 30m까지 가는 어드밴스 오픈워터 코스까지 따려면 추가로 이틀이 걸렸다. 일주일동안 어드밴스 오픈워터를 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곧장 다이빙숍으로 달려갔다.
물속 언어인 수신호와 간단한 이론을 공부한 후 바다 속에 들어가던 첫 날. 산소통이 이렇게나 무거울 줄이야. 숨을 죌 정도로 딱 붙은 잠수복에 산소통을 겨우 메고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물에 들어가자마자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발버둥을 치며 뭍으로 나왔다. 세상에 킬리만자로도 오른 내가 이 얕은 물에 들어가질 못하고 소란을 피우다니. 창피했지만 두려움은 가시질 않았다.
다시 도전. 끊임없이 `릴랙스'하라고 조언해 주는 친절한 강사덕분에 결국 물과 친해지게 되고 물 속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다. 모든 것이 새로운, 그래서 모든 것이 두려운 수중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바다 속에는 애니메이션 `니모'에서 본 것보다 더 찬란한 색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TV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물 속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니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홍해는 수천종의 열대어와 150여종의 산호초가 살고 있어, 세계의 다이버들은 이곳을 자연 수족관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특히 다른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어류들이 많아, 매년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꼽히는 곳이니 초보자인 나에게는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을까.
◇패셔너블 한 바다 속 물고기들
니모의 진짜 이름은 레드 시 아네모네 피쉬. 니모와 함께 꼭 떼로 몰려다니는 손가락 만한 바슬릿, 귀여운 점박이 담셀, 줄무늬 버터플라이 피쉬 등 홍해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을 만났다. 그리고 산호들은 5년 걸려야 겨우 1cm가 자라기 때문에, 다이빙을 하면서 산호를 부러뜨리지 않게 조심해야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은 편안함으로 바뀌어 갔다. 우주처럼 중력이 거의 없는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기분은 그 어떤 곳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또다른 느낌이었다.
뜨는 해를 보면서 물 속으로 들어갔던 라이트하우스 다이빙, 깜깜한 야밤에 랜턴에 의지해 물 속을 헤맸던 나이트 다이빙, 마치 물 속의 그랜드 캐년을 보는 것처럼 깎아지는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블루홀 다이빙.
지금도 눈을 감으면 멋진 디자이너의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세련된 피부색을 가진 물고기들이 떠오른다. 미처 몰랐던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이 이렇게나 많으니, 역시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